산길, 도보./걸으며 생각하며

여수 돌산도 그리움을 따라 -둘떼 날

선들메 2009. 5. 29. 18:26

 

 

 

* 2009년 5월 24일(일요일) 둘째 날.

 

종점펜션 출발 -> 향일암 주차장 -> 율림 마을 -> 임도 -> 죽포 -> 방죽해수욕장(점심식사) -> 두문포 -> 계동 해안도로 ->무슬포 해수욕장(도보 종료)

 

파도 소리가 아직도 귀에서 맴을 도는데, 창 너머로 햇살은 비취지 않고, 마냥 구름낀 하늘이 파도를 스르르 쓰다듬고 있었다.

해무도 아닌 것이 안개도 아닌 것이 구름과 어울려 아침의 맑음을 흐려 놓고 있다.

먼저 일어난 분들은 여기 저기 아침 산책길을 나섰는가 보다.

 

늦은 기상을 하면서 창문으로 바라보는 향일암 앞 바다는 우리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듯이, 그저 처얼썩 철썩 밀려 왔다 밀려가는 일상처럼 보였다.

가끔은 바닷가에서 이글거리는 태양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새 생명의 탄생처럼 하루의 시작의 장엄함을 가슴에 손을 얹고 경건하게 맞이하는 때가 있었다.

 

오늘도 날씨만 좋았더라면 향일암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아마 새로운 하루를 여는 이미지로 떠올랐을 것이다.

아침 묵상을 하고 스트레칭을 한 후, 밖으로 나와 향일암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시골쥐님과 리사님, 이렇게 셋이서 걷는 아침길이 공기의 청량함과 같이 맑고 투명한 이파리의 색깔처럼 상큼하게 다가온다.

 

7시 아침 식사라고 하니 향일암까지는 갈 수 없겠고, 그냥 거북이목에서 머리 부분을 향해 들어가니 확성기에서 출입이 금지된 곳이니 돌아가라는 경고음이 울렸다.

뒤돌아 나와 거북이목에서 바라보는 향일암은 절벽에 붙은 벌집과도 같다.

노랗게 기와지붕이 보이며 나뭇가지 사이로 숨어 버린 몇 채의 집들도 수줍은 듯이 다도해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듯이 보였다.

 

뒤늦게 나오신 깊은산님과 합류를 하여 거북이목 부분에서 뒤돌아 나왔다.

숙소에서는 회원님들이 속속 아침밥을 먹을 준비를 하고 있어 나도 자리를 잡고 앉아 두부찌개의 얼큰한 맛을 보며 어제 먹은 한 잔의 해독을 위해서 든든하게 먹어 두었다.

 

8시 출발이라며 서둘러서 짐을 챙겨 내려오니 아직도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사람도 있고, 준비를 다하고 몸을 풀고 있는 부지런한 회원들도 눈에 띄었다.

앞마당에 모여 홍법님의 사회로 대장님, 운영자님, 특별회원님, 지역별로 앞에 나가 인사를 하고 나서 후님 옆지기의 구령과 신호에 따라 준비운동을 하고 길을 나섰다.

 

많은 인원이 도로를 따라 걸어가는 모습이 대장정다운 대열을 지어 서로 아는 이들끼리 혹은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걸어 나갔다.

아침도 역시 뿌연 연기처럼 바다는 취해 있는 기분이다.

그런데 날씨는 햇볕은 서서히 아스팔트를 달구고 걷는 발걸음을 더디 걷게 하였다.

 

오른쪽으로 바다를 끼고 왼편으로 산을 돌아서 가는 해안 길은 기분 좋은 출발이었다.

율림에서 부터 시작되는 오르막길을 따라 걷다 보니 임도로 접어든다.

임도는 정말이지 시멘트 포장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풀이 자라 있다면 얼마나 정겹고 우리들 마음도 포근하게 감싸주는 걷고 싶은 길이지 않은가?

조금씩 조금씩 포장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나무 그늘이 없다

임도를 따라 걸어서 가는 길에 복분자, 산딸기, 뽕나무 오디, 버찌 등등 우리들의 입을 즐겁게 해 주는 야생 먹을거리들이 즐비하였다.

 

길을 걸으며 풀 섶에서 이런 먹거리를 찾아 한 알씩 따먹는 재미도 솔솔하다.

오르면 내려가듯 오름길이 끝나고 내림 길은 돌아가는 구비가 하얀 시멘트로 포장이 되어 몇 구비를 돌아서 내려가는 길이다.

죽포 마을을 지나면서 밭에서는 갖가지 채소들이 자라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양귀비가 길 가에서 자라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였다.

일반인들이 키우지 못하도록 하는 것 같은데, 양귀비를 보니 작년 중국 여행에서 식당 정원 가득히 양귀비 동산을 보았을 때가 생각이 났다.

 

꽃도 꽃이려니와 양귀비 동산에 핀 각양각색의 꽃 색깔이 황홀하다고 할 만큼 곱고 아름다웠다.

내가 본 꽃 중에서 가장 아름답게 생각이 나는 꽃이고 동산으로 각인 되었다.

방죽포 해수욕장에서 점심 식사를 하였다.

삼삼오오 둘러 앉아 정담을 나누며 술 한 잔도 나누고, 휴식을 취한다.

 

특히 호남 방님들이 준비한 시원한 맥주의 아릿한 맛은 길을 걷는 이의 피로를 확 풀어주는 청량제가 되었다.

정각 1시에 출발하여 두문포를 지나가면서 야산 길로 따라가는 걸음이 오솔길을 걷는 매력이 느껴졌다.

오붓한 길의 묘미를 느끼는 순간이다,

 

산길과 도로가 만나는 지점에서 어제 저녁 회를 싸오셨던 퀸님이 역 방향으로 걸어온다.

샘터에서 시원한 물 한잔으로 또 한 시름을 잊고 잠시의 휴식을 한 후 도로 길을 걸어가는 길 계동 해안 도로이다.

이제 무슬포에 가면 서로가 헤어져야 하는 오늘의 종점이다.

 

언제나 마지막이 다가오면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다.

다시 한 번 바다를 돌아보면서 돌산도의 풍경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며 무슬포 해안에 도착을 하였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은 짐을 챙기고 오늘 하루를 아쉬운 듯 시원한 듯 맥주 한 잔에 마음도 시원한 느낌을 느끼면서 해안의 수많은 몽돌처럼 많은 날을 살아 왔듯이 또 앞으로 그렇게 살아 갈 것이다.

 

그 순간마다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모래알만큼 이루어지는 것이 사람이 살아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서로를 맞잡은 손에서 그 아쉬움을 멀리하고 서울행 버스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을 하고 우리도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하여 서울 버스에 편승하여 여수 주차장을 향해 달리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돌산도의 추억은 버스가 멀어지듯 기억도 차츰 사라지겠지만, 나누었던 한 마디 한 마디는 내가 앞으로 살아가는 인생길에 언제 어디서 나에게 아름다움으로 다가오리라는 생각을 하니 돌산대교 위로 지나는 동안 빙긋이 웃음을 지울 수 있었다.

 

 

길을 걸은 120여명의 길 동무들과의 인연은 오래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