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작품/나래시조

2008년 나래시조 발표작 - 봄, 여름, 가을, 겨울.

선들메 2011. 5. 7. 21:15

 

 

<가을호 87호>

씨감자의 꿈

 

박홍재

 

세상이 소화 못한 화두 하나 쪼개면

뽀얗게 다가오는 녹말 같은 언어들

파헤쳐 세상 옆구리 꿈을 감싸 묻는다

 

삶 또한 가벼워야 묵언 면벽 깊이 들어

수신기 주파수를 한껏 높여 빼 올렸다

고통은 눈이 부시게 소통의 잎이 피고

 

침묵이 뱉아 낸 건 침묵이 아니었다

풀무질한 녹음들을 한 장 한 장 꺼내 들고

저무는 둔덕배기에 저려오는 흰 감자 꽃

 

 

2008년도 나래시조신인상 당선작

[당선작】


국밥집에서 - 박홍재

모퉁이 돌 때마다 바람도 절절 끓는다
동여맨 하루 푸념 가마솥에 풀어 넣고
어설픈 농담 한마디 양념으로 간 맞춘다

얼큰히 취한 사내 긴 그림자 비틀댄다
풋고추 된장 묻은 손가락 저 손톱 때
막걸리 한 두 사발에 하루해도 취했다

늘어진 연장 가방 둘러매는 등 너머로
굽은 어깨 해진 옷깃 짚고 넘는 서녘 노을
부시럭, 지폐 몇 장도 접힌 허리 펴고 선다

디딘 자국 또 디뎌 허방 자꾸 깊어져도
발자국 자국마다 덜 끓은 삶이 있어
어둠은 저 너머에서 해를 절절 끓이겠다.

<약력> 박홍재
1953년 경북 영일(현포항시) 출생. 방송대 국어국문학과 졸. 글빛촌 문우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