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작품/나래시조

2012년 나래시조 발표작 - 봄, 여름, 가을, 겨울.

선들메 2012. 4. 28. 09:24

 

* 봄호(101호)


 

비석


그대는 누구에게 선택되지 않았을 때

흙밟고 자리 지킨 무명의 용사였다

정 끝이 정수리 위에 나를 불러 세웠다


자유를 잃어버린 구속의 굴레에서

온 몸으로 불사르며 견뎌 온 나날들이

무언가 나를 향하는 기도 같은 혼이 있다


바람도 스쳐가고 비와 눈도 맞으면서

견디는 몸부림을 뜻이 될 줄 몰랐다

또 다시 뛰어 넘으며 영원으로 남으리다


* 여름호(102호)

 

고무다라이* 텃밭

 

여문 씨 꼭 껴안아 가슴으로 다독여서

따가운 볕살 피해 싹을 밀어 올려놓고

새들이 둥지를 틀듯

죽지 하나 펼쳤다

 

찢어진 옆구리로 물이 새고 바람 들면

해 뜰 때 둘러보는 발자국 음표따라

잠방이 스치는 소리

칭얼대는 아침 투정

 

담장 안 담장 밖에 하물며 담장 위에

크고 작은 나름으로 꿈을 안은 품속에는

밭뙈기 부럽지 않게

송송 솟은 푸성귀

 

*다라이(일(tarai) 대야, 큰대야, 함지,함지박으로 순화.


* 가을호(103호) - 송부 못함.

 

* 겨울호(104호)

 

기억력

 

박홍재

 

 

함께 한 일상들이

딴 세상 얘기 같다

토막토막 생각났다 어떤 것은 낯설어서

흩어진

시간을 묶어

촘촘하게 엮어본다

 

바람으로 비껴가도

얼기설기 쌓인 굴레

무뎌진 손마디로 이리저리 골라 보면

힘 빠진

손가락 끝에

안 잡히는 시간들

 

안타까운 마음들이

켜켜이 쌓여지고

얼린 것 녹여 주고 녹인 것 얼리면서

허공을

응시를 하면

깜박이는 등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