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작품/부산 교통방송

[스크랩] 42회 방송 녹취(박홍재-꿈, 정희경-청도 시외버스 터미널)

선들메 2017. 3. 1. 14:00

TBN 부산 교통방송 4시의 교차로 1<오후의 시조>코너 42회 방송 녹취

(2016723일 토요일 1630~40분 방송,94.9Mhz)

MC; 이병준

출연(해설); 세계시조시인 포럼 대표 최연근 시조시인

 

Chord + <오후의 시조> 42회 방송 녹취

MC Ment

바르고 아름다운 현대시조의 세계로 동행해주실 분,

세계시조시인포럼 최연근 대표 자리하셨습니다. 어서 오세.

 

/안녕하세요.

 

MC/오늘은 소개해 주실 시조는 어떤 시조 인가요.

 

/오늘은 우리의 일상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박홍재 시조시인의 <>입니다.

 

********** BGM 잔잔하게 깔아주세요 **********

 

/ 박홍재

 

잊고 있던 기억 하나 주머니 속에 만져진다

닳고 닳아 희미해진 유년의 씨줄 날줄

두 끝을 엇갈려 잡으며 허둥대는 중년의 삶

 

MC/누구에게나 꿈은 있죠. 그 꿈을 얼마나 이루었는지가 문제죠.

 

/, 모든 사람들은 꿈을 꾸며 삽니다. 꿈이 없는 사람은 희망이 없다는 말도 하죠. 많은 사람들은 그 꿈이 이루어지리라 기대하며 노력을 합니다. 그런 꿈을 꾸었던 박홍재 시조시인은 중년의 나이에 잊고 있었던 유년의 꿈을 새삼 되새기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꾸던 꿈은 많은 상상력을 동원하게 되죠. 지극히 높은 위치에 오르고 싶기도 하고 의롭고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유년의 꿈은 나이가 들면서 바뀌게 되고 때로는 포기하게 되지만 그 기억은 영원히 지울 수 없죠. 잊고 있었지만 지울 수 없는 기억이 바로 유년의 꿈입니다. 그 유년의 꿈을 박홍재 시조시인은 자신도 모르게 늘 주머니 속에 있는 것처럼 버리지 않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손 떼가 묻어 닳고 닳아 희미해질 만큼 소중히 간직해온 유년의 꿈이었던 것입니다. 이제 중년의 나이에 문득 유년의 꿈을 떠올리며 허둥대고 살아온 날들을 되새기고 있는 것입니다.

 

MC/어릴 때의 꿈은 이렇게 기억으로 남는 게 아닐까요.

 

/, 기억으로 밖에 남아 있을 유년의 꿈을 이처럼 애잔하게 표현하고 있어 더욱 가슴 먹먹하게 합니다. 잊고 있던 기억 하나 주머니 속에 만져진다/ 닳고 닳아 희미해진 유년의 씨줄 날줄/ 두 끝을 엇갈려 잡으며 허둥대는 중년의 삶 주머니 속에서 닳고 닳아 희미해진 유년의 꿈을 엇갈리게 붙잡고 허둥대는 중년의 삶. 그 삶은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분노와 좌절보다도 더 긴 한숨의 기억일 것입니다.

 

MC/다음에 소개할 시조는 어떤 기억을 남기고 있나요.

 

/, 일상의 흔적에 대한 기억입니다.

정희경 시조시인의 <청도 시외버스 터미널>입니다

 

********** BGM 잔잔하게 깔아주세요 **********

 

청도 시외버스 터미널

-지슬리

정희경

 

북향으로 돌아 앉아 그늘이 깊어진 곳

듬성듬성 이 빠진 벽면의 시간표 위

오늘도 늙은 버스가 덜컹이며 들어온다

 

모두가 지나가도 시간은 머물러서

빛바랜 소주 광고 속 그녀는 멈추었다

지슬행 차표를 산다 뒷모습 가벼운 날

 

MC/오래된 버스 터미널의 흔적이 정겹게 다가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시골 시외버스 터미널의 모습을 삶의 흔적 속으로 끌어 들여 놓았습니다. 북향으로 돌아 앉아 있는 이 시외버스 터미널에는 오랫동안 떼 묻은 자국들이 있습니다. 이 빠지듯 듬성듬성 헐은 벽에는 지나온 세월의 흔적이 있는 운행시간표가 옛 모습 그대로 있고 그 시간표대로 변함없이 덜컹거리며 오가는 늙은 버스, 여기에서 말하는 늙은 버스는 낡은 버스가 아니라 긴 시간을 함께해온 그런 버스, 그 늙은 버스에는 그 시간들을 증명하는 우리의 일상이 있습니다. 지루할 만큼 늘 반복되는 시간 속의 이 시외버스 터미널은 햇살 쨍쨍한 남향이 아니라 북향으로 돌아 앉아 있어야 했고 그래서 늘 그늘져 있어야 했던 서러운 애환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MC/버스 터미널이라기보다 삶의 터미널로 이해되는데요.

 

/, 그렇습니다. 정희경 시조시인은 둘째 수에 그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지나가도 시간은 머물러서/ 빛바랜 소주 광고 속 그녀는 멈추었다/ 지슬행 차표를 산다 뒷모습 가벼운 날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바뀌어도 이 터미널은 그대로 머물러 있듯 오래돼 빛이 바랜 소주 광고 속의 여인도 멈추어 있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많은 시간이 흘러도 한없이 기다려 주는 터미널의 의미를 말하고 있는데 정말 맛깔스럽게 구사하고 있죠. 그리고 그 기다림은 과거의 회상이 아니라 새로운 내일을 기약하는 기다림인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보내는 사람의 뒷모습조차 가벼워지는 그날, 아니 바로 지슬리로 가는 차표를 사는 오늘일 것입니다. 정희경 시조시인은 버스 터미널을 이처럼 시간을 초월한 기다림 그리고 모두를 내어 주는 포용의 대상으로 여운을 남겨 놓고 있습니다.

, 지슬리는 청도에 있는 시골마을인데 정희경 시조시인의 시댁이 있는 곳입니다.

 

MC/그 여운을 담아 다시 낭송해 보겠습니다.

 

********* BGM 잔잔하게 **********

<청도 시외버스 터미널--다시낭송>

********* BGM UP & DOWN ************

 

MC/다음 주는 어떤 시조 소개 할 건가요.

 

/, 다음 주는 동시조를 소개하겠습니다.

출처 : <세계시조시인포럼>
글쓴이 : 최연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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