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62회 방송녹취(최순향-가장家長의 구두, 박홍재-새물내)
TBN 부산 교통방송 4시의 교차로 1부 <오후의 시조>코너 62회 방송 녹취
(2017년 2월5일 일요일 16시 30분~40분 방송,94.9Mhz)
MC; 이병준
출연(해설); 세계시조시인 포럼 대표 최연근 시조시인
※ Chord + <오후의 시조> 62회 방송 녹취
MC Ment
바르고 아름다운 현대시조의 세계로 동행해주실 분,
세계시조시인포럼 최연근 대표 자리하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최/안녕하세요.
MC/오늘은 어떤 시조 소개해 주실 거죠.
최/어떤 시조가 좋을까요. 아무래도 사람의 냄새가 나는 우리들의 얘기가 실감나지 않을까요. 삶의 얘기를 함으로써 서로 위로하고 위안을 얻는다면 이보다 더 보람된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그 시대의 삶을 담은 정형시를 시절가조라고 하는데 그것이 바로 시조입니다. 오늘 소개할 시조 2편도 그런 내용입니다. 먼저 최순향 시조시인의 <가장의 구두>입니다.
********* BGM 잔잔하게 깔아주세요 **********
가장家長의 구두
최순향
감당한 무게만큼 닳아버린 뒤축하며
조이느라 다 해진 가장의 구두끈이
핏덩이 울컥 솟듯이 목에 걸린 아침나절
MC/가장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다가옵니다.
최/아침 출근길을 나서는 가장의 모습이 떠오네요. 닳아버린 구두의 뒤축, 그래서 더 단단하게 매어보는 구두끈, 그렇게 단단하게 조이느라 해져버린 구두끈만큼 힘들었던 지난 세월, 그런 세월을 열심히 살아온 가장의 아침 출근길, 최순향 시조시인이 지켜본 가장의 아침나절입니다. 다시 한 번 볼까요. 감당한 무게만큼 닳아버린 뒤축하며/ 조이느라 다 해진 가장의 구두끈이/ 핏덩이 울컥 솟듯이 목에 걸린 아침나절 이 시조는 구두 하나로 가장으로 살아야했고 또 살아가야할 그 책임과 힘든 세월을 깊은 감동과 심오한 의미를 담아 쉽고 깔끔하게 그려놓았습니다. 구두의 닳아버린 뒤축은 가장이라는 무거운 책임을 말하고 있고 해진 구두끈은 조이고 또 조여 온 가장으로 감당해야 했던 그 만큼의 힘든 세월을 말하고 있습니다.
MC/가장의 구두가 이렇게 힘들어 보이게 되네요. 가장은 이 구두처럼 말없이 가족을 위해 뛰고 또 뛰어야 하나봅니다.
최/가장이면 그 곳이 진흙탕길이라 할지라도 마다 않고 가족을 위해 가야할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순향 시조시인은 가장의 아침나절은 핏덩이 울컥 솟듯이 목에 걸린 아침나절이라고 했습니다. 가장이라는 막중함이, 가장이라는 무게가 핏덩이 울컥 솟듯이 목에 걸린 아침이라는 것입니다. 오늘도 핏덩이가 목에 걸리는 그런 아침을 맞는 가장의 모습을 지켜봐야할 우리의 현실입니다.
MC/다음에 소개할 시조는 어떤 아침인가요.
최/네, 새물내 나는 아침입니다. 박홍재 시조시인의 <새물내>입니다.
********* BGM 잔잔하게 깔아주세요 **********
새물내 / 박홍재
울려대는 전화 독촉 상사의 눈초리에
뒤통수 찌릿하게 저리기 시작한다
퇴근길 한 잔을 걸쳐 후줄근히 젖어 있다
이리 찢고 저리 고친 파지들로 가득하다
너저분한 삭신 추슬러 돌아온 집안에서
밤새워 빨아 헹구면 보송보송 새물내
MC/찌든 하루를 밤새워 빨아 행구면 새물내 나는 아침이 오나보죠.
최/이 시조에 아침이라는 말은 없습니다. 아침이라는 말은 비록 말하고 있지 않지만 이 시조가 말하고자하는 주제는 새물내 나는 아침을 위한 직장인의 일상입니다. 박홍재 시조시인이 말하고자하는 새물내 나는 아침은 이런 아침입니다. 직장 상사의 눈초리와 겹겹이 쌓이는 서류뭉치로 파김치가 되도록 시달리는 직장인의 일상을 견뎌내는 그런 아침입니다. 그런 아침을 밤새워 빨아 헹구면 보송보송 새물내 나는 아침이라고 정말 기발하고 익살스럽게 그려놓고 있습니다. 더욱 기발한 것은 새 냄새가 아닌 새물내 나는 아침이라는 표현입니다. 새물내는 빨래를 해 막 입었을 때 나는 옷의 냄새-처음부터 새것이 아닌 헌것을 새것으로 만든 그 새 냄새를 말합니다. 이렇게 새 냄새와 새물내가 다르듯이 직장인의 아침은 새 냄새가 아닌 새물내 나는 아침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하루 일과에 찌든 직장인이 너저분한 삭신 추슬러 돌아온 집안에서/ 밤새워 빨아 헹궈내 보송보송한 냄새가 바로 새물내인 것입니다. 박홍재 시조시인의 오랜 직장생활을 가감 없이 진솔하게 표현해 그 진정성이 더 진하게 우러나고 있습니다.
MC/그래서 직장인들은 상쾌한 아침 출근길을 재촉하나봅니다.
최/모든 직장인들의 하루가 그러할 것입니다. 지루하리만큼 반복되는 직장생활일 수도 있고 힘들고 고통스런 일상일지라도 이렇게 새물내 나는 새로운 아침을 맞는 마음으로 하루를 살았으면 합니다. 그것이 곧 가족이 있는 보금자리인 것입니다.
MC/그럼 다시 낭송 해 보겠습니다.
********* BGM 잔잔하게 **********
<다시낭송>
********* BGM UP & DOWN ******
최/다음 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