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작품/나래시조

외할머니 생각

선들메 2020. 11. 25. 10:30

외할머니 생각

 

 

박홍재

 

 

 

화려한 도시 건물 뒷골목 들어서면

허리 굽은 가게들은 허름한 모습에서

삐거덕 열어젖히면 잠깐 스쳐 보인다

 

한 그릇 보리밥을 시키고 앉아 보니

벽에는 삶의 이력 여기저기 붙어 있고

한 그릇 내다 준 맛은 외갓집에 와 있다

 

뒤주 간 팍팍 끓어 굵은 멸치 몇 개 넣어

밥도 아닌 죽도 아닌 희멀건 한 그릇에

아직도 최고의 맛은 외할머니 그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