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작품/시와 소금

시와 소금 2017년 가을호.

선들메 2017. 8. 2. 17:00

1톤 짐차 / 박홍재

 

주문받아 가공할 때

납기 준수 쫓기면서

크고 작은 이력들을 바퀴에 새겨 넣고

시간은 뒷짐을 지고 탑을 하나 쌓는다

 

투정도 한 두 번씩 조여 주는 나사처럼

 

감았다 풀어주는 여유까지 보이면서

 

운전석 시트 곳곳에

땀도 흠뻑 배여 있다

 

거리를 누비면서 못 볼 것 다 보면서

덜컥이면 낡은 곳에

녹물 울컥 토해낸다

흰 머리 귀밑에 닿은 내 모습을 닮아간다

 

 

빈 병 / 박홍재

 

 

뜨거운 열기 품은 여인의 냉혹함이

 

채워진 속내 풀고 가벼운 걸음으로

 

가슴엔 뾰쪽한 살기 내뿜을 듯 겨냥한 채

 

 

바람이 스칠 때면 영혼을 불러들여

 

시간을 잘게 썰어 채워 넣는 수밀도를

 

여백은 찰나의 순간

 

응시하는 저 눈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