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톤 짐차 / 박홍재
주문받아 가공할 때
납기 준수 쫓기면서
크고 작은 이력들을 바퀴에 새겨 넣고
시간은 뒷짐을 지고 탑을 하나 쌓는다
투정도 한 두 번씩 조여 주는 나사처럼
감았다 풀어주는 여유까지 보이면서
운전석 시트 곳곳에
땀도 흠뻑 배여 있다
거리를 누비면서 못 볼 것 다 보면서
덜컥이면 낡은 곳에
녹물 울컥 토해낸다
흰 머리 귀밑에 닿은 내 모습을 닮아간다
빈 병 / 박홍재
뜨거운 열기 품은 여인의 냉혹함이
채워진 속내 풀고 가벼운 걸음으로
가슴엔 뾰쪽한 살기 내뿜을 듯 겨냥한 채
바람이 스칠 때면 영혼을 불러들여
시간을 잘게 썰어 채워 넣는 수밀도를
여백은 찰나의 순간
응시하는 저 눈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