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바라봐도 꾸부정한 저 어깨는 곡괭이 닮아버린 동갑내기 집안 아재 고향 땅 어루만지던 흙 묻은 손 내민다
중학교 마치면서 엇갈렸던 생의 회로 너른 들판 농사지을 꿈을 꾸던 그 얼굴에 쨍하고 햇살 무늬가 퉁겨지고 있었다
물 깊은 열 마지기 발을 빼지 못한 채 혼자 된 어르신들 알전등 끼우느라 생머리 나풀거리던 아가씨도 놓쳤다
비바람 견뎌내며 열매 맺는 벼들처럼 내 안에 갇혔던 말 풀어놓고 웃는 날 친구들 모두 불러서 풍물 한번 치잔다
<시작 노트> 추석을 맞아 고향을 찾아가면 꼭‘ 고향 아재’ 같은 사람이 있다. 산업화를 견뎌오면서 우리들의 자화상인 것 같다. 아직도 시골에는 장가 못 간 노총각이 많다. 이들의 아픔이기도 하다. 빨리 짝을 찾아 저 쓸쓸함이 없어졌으면 싶다. 오순도순 가정을 갖고 웃는 모습을 기대한다.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은
▷경북 포항 기계 출생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세계시조포럼 사무차장(현)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 ▷부산시조작품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