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작품/볍씨

볍씨 제44호

선들메 2022. 7. 29. 10:27

* 내가 사는 곳의 자랑 시조

 

정과정곡의 산실

 

고려 때 유배지로 외토라진 톳고갯길

북향을 바라보며 읊었던 정과정곡

나 여기 찾아 들었네, 삼십 년을 살았네

 

아담한 배산 아래 수영강 흐르는 곳

거칠산국 터를 잡고 면면히 이어진 골

내 님을 그리사오니 한 대목을 부른다

 

나뭇잎도 고스란히 파도 소리 듣는 여기

사바세계 깊은 번뇌 동해 멀리 가라앉히고

손바닥 가만 내밀어 아침 해를 받습니다

 

 

꽃샘추위

 

봄기운에 신난 꽃잎 한 꺼플씩 벗어 던져

 

겨울은 멀리 갔다, 제 세상 만난 듯이

 

깔깔깔 웃음 웃다가 찬바람을 맞았다

 

햇살이 봄바람에 차가운 눈 힐끗대자

 

마음껏 까불다가 고개 팍 숙인 채로

 

아닌 척 딴청 피우다 달아나는 불청객

 

 

 

다람쥐 보살

 

절 마당

축대 위에

다람쥐 손 비빈다

 

보살님 기도 모습

눈여겨 살펴보고

 

얼마나

정성스러운지

부처님도 문을 연다

 

 

철새, 닮다

 

 

하늘을 닮아가는 드넓은 물 가두리

철새들 오고 가며 풋내기 재롱떤다

몸으로 가르쳐 준다, 잔소리는 않는다

 

날갯짓 미숙하면 시범을 보이면서

우아하게 사는 법을 몸으로 펼쳐보여

조금씩 흉내를 내면 익혀가는 유희를

 

고니들 쇠기러기 저어새 재두루미

어미가 앉은 자리 내년에 앉아 보는

하늘과 저수지 사이 꾸며놓는 풍경화

 

 

홍매화 피다

 

지긋이 눈감아도 산 너머 소식까지

시나브로 한 마디씩 던지는 말소리에

세상에 전해들은 소식 찰칵찰칵 소리다

남녘을 향한 마음 슬며시 귀 기울여

기다리는 앉음새가 삼매에 들었는지

자장매 영축산 자락 물소리도 머금었다

발소리 잦아지면 움츠렸던 마음조차

찬비를 받아 들고 젖은 몸 털어낸다

골짜기 온기를 품어 봄 향기를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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