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이 수선공
한 시대가 툭 끊어져 어디론가 사라졌다
문턱이 닳고 닳아 반질거린 이력 뒤에
허리는 삭둑 잘려 버려 꼬리 겨우 남았다
여닫이 덜컹대는 시장 옆 슬레이트집
겉보기 허름해도 속내는 알짜배기
꼼꼼한 바느질 솜씨 새살 돋듯 살아 있다
무엇을 하려는지 척 보고 뚝딱뚝딱
손때 묻은 줄자 꺼내 몸피를 재는 솜씨
마름질 만드는 손맛 되살아나 살맛이다
사춘기
젖을 뗀 어린 염소
심심한 봄날 즈음
뿔 두 개 근질거려
일 없어 심심해서
애꿏은
나뭇등걸에
속수무책 떠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