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작품/계간문예

꼼꼼이 수선공

선들메 2024. 10. 1. 15:45

꼼꼼이 수선공

 

 

한 시대가 툭 끊어져 어디론가 사라졌다

문턱이 닳고 닳아 반질거린 이력 뒤에

허리는 삭둑 잘려 버려 꼬리 겨우 남았다

 

여닫이 덜컹대는 시장 옆 슬레이트집

겉보기 허름해도 속내는 알짜배기

꼼꼼한 바느질 솜씨 새살 돋듯 살아 있다

 

무엇을 하려는지 척 보고 뚝딱뚝딱

손때 묻은 줄자 꺼내 몸피를 재는 솜씨

마름질 만드는 손맛 되살아나 살맛이다

 

 

 

사춘기

 

 

젖을 뗀 어린 염소

심심한 봄날 즈음

 

뿔 두 개 근질거려

일 없어 심심해서

 

애꿏은

나뭇등걸에

속수무책 떠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