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호(105호)
새벽시장
박홍재
화톳불 춤사위에 어두움은 물러서고
겹쳐 입은 옷 살만큼 뒤뚱이는 걸음걸이
바싹 탄 입술 언저리 싸한 바람 스친다
수런대는 소리에 눈을 뜨는 간 고등어
밤새워 골목 지킨 가로등 하품 소리
손수레 둥근 바퀴가 시장 바닥 들어선다
발자국 무늬마다 길바닥에 그려지고
디딘 자국 또 디뎌도 모양 다른 하루 모습
시장 안 새벽 공기가 기지개를 활짝 편다
꿰어 찬 앞주머니 두둑하게 배불리면
구겨진 지폐들이 허리 펴는 어깨 위로
누런 이 드러내 보이는 해장술에 해가 뜬다
* 여름호(106호)
민박집
박홍재
살을 에는 찬바람에 개 짖는 소리 얼어붙고
문짝 없는 대문처럼 주인 마음 열려 있어
해질녘 깊은 산동네 자리 한 켠 내어준다
십 여 년 전 교통사고 의족 하나 의지한 채
고령 노모 봉양하며 디디고 선 불안함도
편안한 웃음에 묻혀 거뜬하게 보였다
벽지로 붙은 신문지에 십 여 년 전 멈춰 있고
머릿방 사방 벽면 올 한 해가 버티고 있어
옹색한 그 많은 날들 무색하게 하는 주인
칠선계곡 건너 뵈는 마천면 금계마을
엄천강 앞에 흘러 지리산을 감으면서
산삼 물 받아다 먹는 여유로운 마음씨
* 가을호(107호)
치매 1
박홍재
승방에 틀고 앉아
한 소식 하겠다고
날마다
밥 축내며
해롱대는 중생이여!
모든 끈
내려놓으니
거침없이
뱉는다
* 겨울호(108호)
여행
박홍재
봄바람 훈기 끝에
촉을 하나 틔웁니다
햇살이 구슬리고 구름도 단련시켜
뻗을 곳 방향을 잡아 설계도를 그립니다
단추를 채우면서 하나하나 매어 달아
가야 할 곳곳마다 점점이 표시하면
새로운 길이 보이며
굵은 가지 생깁니다
올곧은 나무처럼 살다가 지겨우면
또 다른 가지 뻗어
새 길도 만들면서
창공을 나의 가슴에 끌어안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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