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봄호 원고(113호)
떼배*
박홍재
올곧은 통나무들 겯고 겯어 더 따스한
틈 사이 정을 감아 가로질러 삐 끌어 맨
갈매기 날갯짓 따라 일렁이는 거룻배
바위틈 들락날락 어깨가 부딪혀도
따개비 거북손에 가시 돋친 성게까지
배고픈 저녁나절도 비켜가게 길을 열고
넉넉한 품을 내준 바다의 이야기가
마디 굵은 손가락을 삿대질로 키워내어
가난을 비켜서는 법 주름 잡아 새겼다
* 떼배: 나무나 대[竹] 따위를 뗏목처럼 엮은 원시적인 배.
2015.여름호 원고(114호)
소나기
박홍재
여름날 건너면서
메마른 오지랖을
번갯불
우렛소리
두들기고 꿰매면서
잎 한 촉
틔우기 위해
으름장을
놓고 있다
* 2015.가을호 원고(115호)
낮달
박홍재
낮달이 전깃줄에
온음표로 걸려 있다
한 발짝 뛸 때마다
4분음표 8분음표
어깨 위
내려앉으며
흥얼대고 있었다
* 2015. 겨울호(116호) 원고.
간판
박홍재
틈바구니 비집고서 우뚝 내민 저 고개를
벽이나 허공까지 가리지도 않는 얼굴
식단표 내보이면서 눈도 찡긋거리며
붙박인 자리에서 세차게 맞는 바람
어슬렁 지나는 이 옷자락 부여잡고
기어이 눈 마주치려 더욱 크게 깜박인다
녹슨 어깨 삐꺽 이는 바람 소리 비켜가도
맨 처음 먹은 마음 흔들려도 꿋꿋하게
저무는 어스름 저녁 졸린 눈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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