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작품/볍씨

2025년 볍씨 원고

선들메 2025. 4. 5. 16:56

낙동강 하구는 지쳐 있다

 

채찍질 몰고 가는 몰이꾼 구령 따라

황지에서 출발하여 굽잇길 휘둘리면

골마다 잠자던 전설 능청능청 다독인다

물너울 치는 몸짓 제 고향은 잊지 말자

앞에서 이끄는 대로 출렁출렁 흐른다

뒤따라 흐르다 보니 내 본색은 잊힌다

맑은 물은 멋모르고 사람들 내친 오수에

아린 목 시고 떫어 가쁜 숨 턱에 찬다

탁한 데 바다 만나기 민망하고 송구하다

 

고객 향한 눈빛

 

매무새 잘 다듬어

거리를 굽어본다

툭 던진 한마디는

방긋이 전화번호

눈 맞춤

꼬드기려고

눈빛 반짝 빛난다

 

살구 꽃 필 때마다

 

덜 익어 새콤하고 한때는 달콤하던

수줍던 고 가시네 살구처럼 익더니만

노랗던 어린 시절은 잊었는지 소식 없다

옛 기억 들춰 보니 살구꽃 닮았었네

눈 감고 되씹어도 언제나 아린 그 맛

초여름 보리누름 때 문득문득 생각난다

 

파전과 비 맞물리다

 

솥뚜껑 뒤집어서 가슴으로 달궈낸다

칼질은 젖혀 두고 덤벙덤벙 버무림을

자르르 나누는 수다 이야기꽃 왁자하다

빗소리 양철 지붕 두드리는 하모니가

안개꽃 피워내는 그림 한 장 내다 건다 

술 한 잔 곁들여보니 봄이 온통 내 것이다

 

헛간에 걸린 호미

 

냇물에 씻지 못해

흙 묻은 소맷자락

엄마를 닮아있다

아버지도 언뜻 비쳐

헛간 문

삐죽이 열려

들판 기웃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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