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하구는 지쳐 있다
채찍질 몰고 가는 몰이꾼 구령 따라
황지에서 출발하여 굽잇길 휘둘리면
골마다 잠자던 전설 능청능청 다독인다
물너울 치는 몸짓 제 고향은 잊지 말자
앞에서 이끄는 대로 출렁출렁 흐른다
뒤따라 흐르다 보니 내 본색은 잊힌다
맑은 물은 멋모르고 사람들 내친 오수에
아린 목 시고 떫어 가쁜 숨 턱에 찬다
탁한 데 바다 만나기 민망하고 송구하다
고객 향한 눈빛
매무새 잘 다듬어
거리를 굽어본다
툭 던진 한마디는
방긋이 전화번호
눈 맞춤
꼬드기려고
눈빛 반짝 빛난다
살구 꽃 필 때마다
덜 익어 새콤하고 한때는 달콤하던
수줍던 고 가시네 살구처럼 익더니만
노랗던 어린 시절은 잊었는지 소식 없다
옛 기억 들춰 보니 살구꽃 닮았었네
눈 감고 되씹어도 언제나 아린 그 맛
초여름 보리누름 때 문득문득 생각난다
파전과 비 맞물리다
솥뚜껑 뒤집어서 가슴으로 달궈낸다
칼질은 젖혀 두고 덤벙덤벙 버무림을
자르르 나누는 수다 이야기꽃 왁자하다
빗소리 양철 지붕 두드리는 하모니가
안개꽃 피워내는 그림 한 장 내다 건다
술 한 잔 곁들여보니 봄이 온통 내 것이다
헛간에 걸린 호미
냇물에 씻지 못해
흙 묻은 소맷자락
엄마를 닮아있다
아버지도 언뜻 비쳐
헛간 문
삐죽이 열려
들판 기웃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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