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신불
물컹한 진흙길에 이골 난길 팽개치고
햇살 좋은 오후 나절 나서보는 아스팔트
깡마른 세상인심에 삼킨 것을 뱉어낸다
시정을 살피고자 길거리 나왔더니
무지렁이 행복인 걸 깨닫지 못한 순간
지렁이 S자 몸매로 개미 떼에 소신공양
내 있는 곳 천국이다. 늑골 반쯤 접은 채로
새로운 길 찾으려고 허방 짚는 그 길에는
활개 짓 저당 잡히고 뼈대 허문 등신불
인력 시장
후줄근한 가방들이 덜 깬 잠을 구겨 넣고
삐걱대는 의자 위에 하루 치 일당 찾아
초조히 기다리면서 연신 재를 털고 있다
때마침 벨 소리에 눈이 번쩍 뜨인다
느슨한 가방끈을 팽팽하게 조여 매고
먼저 온 순서에 따라 하루살이 하루 벌이
안타까운 마음에 남은 사람 둘러보며
멋쩍게 웃음 지며 전화 한 번 쳐다본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일자리는 있을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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