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작품/부산시조

2017년 부산시조 원고 - 전반기(42호)

선들메 2017. 9. 30. 22:01

등신불 

 

 

 

물컹한 진흙길에 이골 난길 팽개치고

햇살 좋은 오후 나절 나서보는 아스팔트

깡마른 세상인심에 삼킨 것을 뱉어낸다

 

시정을 살피고자 길거리 나왔더니

무지렁이 행복인 걸 깨닫지 못한 순간

지렁이 S자 몸매로 개미 떼에 소신공양

 

내 있는 곳 천국이다. 늑골 반쯤 접은 채로

새로운 길 찾으려고 허방 짚는 그 길에는

활개 짓 저당 잡히고 뼈대 허문 등신불



인력 시장

 

 

후줄근한 가방들이 덜 깬 잠을 구겨 넣고

삐걱대는 의자 위에 하루 치 일당 찾아

초조히 기다리면서 연신 재를 털고 있다

 

때마침 벨 소리에 눈이 번쩍 뜨인다

느슨한 가방끈을 팽팽하게 조여 매고

먼저 온 순서에 따라 하루살이 하루 벌이

 

안타까운 마음에 남은 사람 둘러보며

멋쩍게 웃음 지며 전화 한 번 쳐다본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일자리는 있을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