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작품 241

2021년 하반기 50호 원고

새벽 종소리 / 박홍재 당! 하며 맥놀이가지끈댄 깨우침이어둠을 꿰뚫고서 귓가에 와 닿는다아직도 잠자는 꿈을 일으켜서 세웠다 (고)박권숙시인 추모 작품(고) 박권숙 시인의 명복을 빕니다.200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결선에 오른 것이 계기가 되어 좀 더 열심히 해보고자 했다. 그런데 문단에 나온다는 생각은 아예 생각을 하지 않고 나의 수준을 갸늠하게 되었다. 그런데 가장 좋아하는 시조시인이 백수 정완영 시인의 「조국」이었다. 해서 2005년 김천 직지사에 여름시인학교에 갔다. 우연찮게 제1회 백수 정완영백일장에서 차상으로 입상을 하면서 시조와 깊이 인연을 맺게 되었다.좀 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파서 내가 가장 힘찬 시조로 박권숙 시인의 「초설」이었다. 그때 박권숙 시인에게 나의 이야기를 편지로 전했..

2021 상반기 49호 원고

석굴암에서달빛 별빛 앞세워 층층대를 오릅니다십대 제자 목탁 소리에 십일 관음 춤사위앉음새 고쳐 앉으며 내 손목을 잡습니다 감로수 맑은 물에 아린 목 헹굽니다잿빛 장삼 옷자락에 솔바람도 멈춘 자리석굴암 도량에 젖은 천년 이끼 키웁니다 나뭇잎도 고스란히 파도 소리 듣는 여기사바세계 깊은 번뇌 동해 멀리 가라앉히고손바닥 가만 내밀어 아침 해를 받습니다

꼼꼼이 수선공

꼼꼼이 수선공  한 시대가 툭 끊어져 어디론가 사라졌다문턱이 닳고 닳아 반질거린 이력 뒤에허리는 삭둑 잘려 버려 꼬리 겨우 남았다 여닫이 덜컹대는 시장 옆 슬레이트집겉보기 허름해도 속내는 알짜배기꼼꼼한 바느질 솜씨 새살 돋듯 살아 있다 무엇을 하려는지 척 보고 뚝딱뚝딱손때 묻은 줄자 꺼내 몸피를 재는 솜씨마름질 만드는 손맛 되살아나 살맛이다   사춘기  젖을 뗀 어린 염소심심한 봄날 즈음 뿔 두 개 근질거려일 없어 심심해서 애꿏은나뭇등걸에속수무책 떠받는다

고속도로에서외 2편

고속도로에서  일차선 이삼 차선 비집고 달리는 차카메라 보자마자 빨간등 켜지면서내 언제 그랬냐는 듯 안 그런 척 달린다 구간 단속 도로에서 좀 쑤신 몸 가누며순한 양 탈을 쓰고 점잔 빼는 꼬락서니마지막 끝나는 지점 쌔앵! 하고 달린다 산과 들 눈에 들면 콧노래 부르면서운전은 느긋하게 자연에 얹어 보며조급한 마음 줄가리 쓰다듬어 보는 거다  절정  하루살이 한평생도인간의 시간일 뿐 오래면 싱거운 거짧으면 짜릿하지 사람도찰나의 순간그렇게도 귀한 거야  정 끊으려니   오래된 등산 배낭 한 번씩 눈에 든다정 붙여 둘러매고 산 곳곳 다녔었다넘어질 절박한 순간 나를 안아주었지 버리자! 알았다고, 거듭된 오간 말만눈빛을 나누면서 거두지 못한 마음너 있어 즐거웠던 날 어찌 너를 버릴까?

광안리 해변 보리밭

월간 문학도시 2024년 7월. vol, 256호  광안리 해변 보리밭   시골 들판 자라야 할 바닷가 보리누름 어른은 생뚱맞아 추억을 찾고 있고 젊은이 뭔지 모르다 보리밭이 낯설다 엉뚱한 맛이라야 입맛이 당겨지듯 퍼 올린 각진 파도 후려갈긴 바닷바람 청보리 까끄라기가 벼린 날로 치켜뜬다  삼광사 가는 길  신호등 초록 빨강 잰걸음이 잦아든다오름길 땀 적시며 등 한 촉 밝히려니연등 꽃 풍경이 환해 그림자를 없앤다 차들도 가다 서다 주춤거린 길 양쪽에동자승 연등불이 마음을 다독인다환하게 오색등 손짓 벌써 나도 환해진다 등불을 달아 놓은 이름만 바라보면모르는 극락세계 그 어딘가 갈 것 같다뜻 모를 손을 모은 채 잠시 나를 놓는다

노부부 남창 장날

노부부 남창 장날  봄 소풍 나오듯이 사흗날 여드렛날오일장 기다렸다 찬거리 사러와서장마당 구수한 흥정 말다디도 그리워 허리가 굽은 할매 손잡은 할아버지기웃거린 난전마다 멀뚱히 곁에 서서할머니 흥정의 시간 지켜보고 서 있다 한주먹 싸준 봉지 왼손에 들고 가다하나씩 불어나서 오른손 바뀌 쥔다할머니 올려다보며-무겁더든 날 주소 -괜찮다, 내가 들게대충 사고 그만 가자한 바퀴 더 돌자며 쳐다보는 눈자위에살아온 정이 묻어서 끈적끈적 걷는다 - 2024 성파시조 문학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중학교 미술 시간 불러내어 그려본다그렸다 지우면서 다가가는 귀고리 소녀족 모이 자연스럽게 짜깁기가 어렵다 입가에 엷은 미소 애틋함이 나오겠지덧칠해 그랬을까 어색한 눈망울이입주름 번지는 보색 뾰로통해 갸웃한다 흰수작 마음에선 풍기지 않은 모습잔주름 없애니까 얼굴도 환해지는풋솜씨 덧칠한 물감 똑같아 질 순간까지 -2024 성파시조문학

돌확

돌확  암자 뜰 귀퉁이에 낙엽에 둘러싸여 하늘이 흘린 눈물 온몸 가득 머금은 채 수시로 하늘빛 풍경 새겼다가 지운다  산새들 지저귐도 우듬지 춤사위도 햇볕을 소복하게 담아도 보았다가 산그늘 내려올 때쯤 염불 소리 담는다  하루를 보내는 게 곰곰이 생각하면 눈물도 흘려 보고 기쁨도 맛보지만 오롯이 돌확이 되어 찧는 공이 받는 거다 -2023년 성파시조문학 게재

별이 되다

내 누이 짧은 생은 별똥별로 스쳐갔다 엄마의 가슴에는 별이 되어 떴을 거야 아버지 깊은 마음속엔 바윗덩이 박혔겠지 누이와 종종걸음 까꿍 하며 숨바꼭질 횟대보 뒤에 숨어 까르르 웃던 모습 한 번씩 쳐다본 별빛 그 눈망울 떠오른다 엄마가 보고 싶어 밤하늘 올려보니 큰 별과 작은 별이 사이좋게 얘기하네 혹시나 귀에 들릴까, 귀를 쫑긋 세운다  - 2023년 성파시조문학